독자님, 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지난 11월 7일이 입동(立冬)이었죠. 예전에는 이맘때 그리 춥지 않았던 기억인데요. 우리나라 날씨가 이제 절기를 쇠던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클리셰지만) 따뜻한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계절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한국은 춥지만, 커피가 나는 곳들은 대개 열대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따뜻한 편입니다. 아시아 커피를 대표하는 산지인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고요. 올해 들어 좋은 인도네시아 커피를 부쩍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 정말 좋았던 두 커피는 연말에 제품으로 출시하는데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커피 현황에 관한 궁금증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커피 관련 긴밀하게 협력하는 미국 커피 회사 카페 임포츠(Cafe Imports)에 연락했습니다. 카페 임포츠에서 인도네시아 생두를 담당하는 피에로 크리스티아니(Piero Cristiani)에게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았고, 얼마 전 흥미로운 답장을 받아 오늘 소개해 드리려고요. 저처럼 요즘 인도네시아 커피의 현황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좋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피에로와의 인터뷰를 시작해볼게요.

피에로 크리스티아니 ⓒPiero Cristiani
Derek 피에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Bb레터 독자님들께 자기소개 한번 부탁 드려요.
Piero 안녕하세요, 피에로입니다. 저는 지난 14년 동안 카페 임포츠에서 그린빈 바이어로 일했습니다. 남미와 아시아의 커피를 담당하고 있어요. 엘살바도르 사람이고 예전에 가족들이 커피를 재배하기도 했으니 평생을 커피에 몸담아온 셈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소싱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커피 산지로서 인도네시아는 좋은 명성을 갖고 있지는 못 하지만, 여전히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곳입니다.
Derek 카페 임포츠가 인도네시아 생두를 소싱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것이 어렵고, 규모가 큰 조합(collective)을 통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싱 초기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은 그때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Piero 카페 임포츠의 초기부터 인도네시아 커피를 다뤄왔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directly) 소싱하게 된 것은 대략 12년에서 14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자들은 생산 규모가 작아서 직거래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중간자들(middlemen)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인도네시아 커피의 현실입니다. 지금의 방식으로 소싱이 이루어진 지는 아주 오래 되었고 현재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소수의 생산자와 조합이 품질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은 그래도 의미있는 변화인 것 같습니다.
Derek 저희가 구매해 온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커피는 자바 섬이나 수마트라 섬에서 재배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섬의 커피를 마셔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블렌드의 재료로 쓰인 것을 모르고 마셨을 수는 있겠지만요. 술라웨시(Sulwawesi)나, 플로레스(Flores), 발리(Bali) 같은 섬들의 커피도 다루고 계신가요? 앞으로도 자바와 수마트라가 인도네시아 주요 산지로 자리할지, 아니면 다른 섬의 생산량도 유의미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Piero 네, 말씀하신 술라웨시, 플로레스, 발리의 커피도 구매하고 있습니다. 잠재력 측면에서는 술라웨시가 돋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Papua)가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의 상황이 복잡하고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것이 아쉬운 지점입니다. 자바와 수마트라는 여전히 가장 잘 알려진 커피 산지겠지만, 다른 섬들도 점점 더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 커피 산지 ⓒCOFFEE BEHIND THE SCENES
Derek 더 많은 로스터리들이 인도네시아 커피를 찾고 있다고 느끼세요?
Piero ‘하이엔드(high-end)’ 영역에서 인도네시아 커피를 탐색하는 로스터리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다수의 로스터리들은 품질에 대한 우려로 여전히 인도네시아 커피의 구매를 망설이는 것 같고요. 인도네시아 커피가 지난 세월 쌓아온 안 좋은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Derek 올해 리웅구눙(Riunggunung) 농장과 프린자(Frinsa) 조합을 통해 구매한 인도네시아의 품질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리웅구눙은 제가 올해 가장 인상적으로 마신 커피 중에 하나였는데요. 최근 인도네시아 커피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세요?
Piero 말씀하신 두 커피를 저희에게 공급한 프린자는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에서 개척자(pione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한 곳 중의 하나라는 뜻입니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인도네시아 모든 섬에서 전반적인 품질의 향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공방식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수마트라의 워시드 커피가 대표적이고요.
최근에 열리기 시작한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대회도 인도네시아 커피의 시장을 개발하는 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COE가 많은 커피 산지에 해온 일이죠. 생산자들을 신나게 하고, 자신들의 커피에 매겨질 가격의 잠재력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훌륭한 품질의 인도네시아 커피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4 인도네시아 COE에서 심사 중인 로사 ⓒ로사 Rosa
Derek 인도네시아 커피의 향미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요. 흙이나 나무, 향신료는 인도네시아 커피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노트입니다. 그런 향이 나는 이유에 대해 떼루아라는 설명도 있고, 수분이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곡하는 ‘wet-hulled’ 가공방식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피에로는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Piero 저는 잘못된 가공방식이 주요 원인이고, 떼루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도네시아의 커피 체리가 미숙한 상태인 초록색일 때 수확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생두를 보호해주는 파치먼트가 벗겨진 상태에서 건조되고요. 결과적으로 건조 단계에서 생두가 외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는데요. 건조는 주로 바닥에서 진행되고, 때로는 흙 위에 (텐트 재질의) 타프를 깔고 말리기도 해요. 이 모든 것들이 말씀하신 특유의 향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Derek 인도네시아의 커피 시장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커피 산지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의 커피 시장이기도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소비가 일어나고 있나요? 인도네시아 커피 로스터리들이 다른 산지의 생두를 수입하는 데 필요한 절차나 비용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도 궁금합니다.
Piero 이곳의 스페셜티 커피 씬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생두를 구매하기 위해 현지 로스터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정부가 수입 생두에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분명 부담은 되겠지만, 커피숍에 다른 나라의 커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브라질이 많이 보이고, 에티오피아나 콜롬비아도 하이엔드 커피숍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Derek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커피 소싱에 대한 카페 임포츠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어떤 인도네시아 커피를 기대하세요? 생산자들과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가실 건가요?
Piero 인도네시아가 동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만큼 좋은 커피를 선보이는 미래를 꿈꿉니다. 그렇게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하고, 좋은 가공방식을 적용해야겠죠. 특히 수확 후 가공(post-harvest processing) 과정의 개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모든 섬에서 그런 좋은 커피를 소싱하고 싶고요. 우리가 현재 다른 산지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신뢰할 수 있고, 커피에 열정적인 생산자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지난 몇 년간 빈브라더스에서 출시한 인도네시아 커피들은 이름에 ‘인도네시아’가 없었습니다. 자바나 수마트라 같은 인도네시아 섬 이름을 나라 이름 대신 붙였거든요. 좋은 품질의 커피라고 생각해서 출시하는데 행여나 ‘인도네시아’라는 딱지가 고객들의 선택조차 못 받게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한 셈입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커피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서요.
이번 연말에 출시하는 인도네시아 커피에는 당당히 나라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11월에는 리웅구눙이, 12월에는 프린자가 나오는데 새로운 커피 경험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느리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인도네시아 커피를 지켜봐주시길. 내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 행사가 어쩌면 인도네시아 커피 발전의 부스터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목 인도네시아에서 온 편지<br>카페 임포츠 피에로와의 인터뷰
글쓴이 김민수 Derek
발행일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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