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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빈 바이어의 무대
#164 로사의 '월드 오브 커피 유럽' 방문기
그린빈 바이어의 무대#164 로사의 '월드 오브 커피 유럽' 방문기
그린빈 바이어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할까요? 산지에서 커피 농장을 답사하고 커핑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것은 주로 수확기의 일이고요.

제가 오랫동안 지켜보니, Bb의 그린빈 바이어는 생두 가격이 적힌 스프레드시트와 씨름하고, 전 세계 생두 파트너들과 늦은 밤에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더군요. 커핑 랩에서 다양한 커피를 평가하며 어떤 커피를 구매할지 논의하는 것도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고요.

로스터리에서 커핑 샘플 평가 중인 데릭과 로사

이렇게 그린빈 바이어는 산지와 로스터리, 온라인을 넘나들며 일을 하는데요. 그린빈 바이어의 무대 중에 제가 제일 흥미로워하는 것은 사실 커피 박람회예요. 산지와의 거리 때문에 주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던 커뮤니케이션이, 비로소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로 전환되거든요. 새로운 파트너를 발견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신기하게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신뢰와 유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번 로사가 박람회에 다녀올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왔어요.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을지 기대하면서요. 최근에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와 방콕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는데요. 지난 6월에 로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월드 오브 커피 유럽'에 다녀왔더라고요.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해져 이제 막 한국으로 돌아온 로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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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Derek 로사,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했어요. 유럽에 폭염이 심각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았어요?

Rosa 아마 뉴스로 소식을 접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올여름 서유럽의 기온이 40°C를 오갈 정도로 무더웠는데, 냉방 시설이 안 갖춰진 곳이 많더라고요. 그동안 유럽 사람들이 잘 경험해보지 못한 더위가 아니었나 싶고, 저도 컨디션 관리하느라 고생을 했어요. 

Derek 이런, 서유럽 출장이 로사에게 즐거운 리프레시가 되길 바랐는데 아쉽네요. 로사가 고생해서 다녀온 출장이니 레터로 야무지게 잘 담아볼게요.


브뤼셀이란 도시
Derek 이번 출장의 주목적이었던 월드 오브 커피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사실 벨기에 브뤼셀이 어떤 도시였는지부터 물어보고 싶어요. 

Rosa 음, 사실 며칠 머무른 것이다 보니 가벼운 인상 정도만 있긴 해요. 한 나라의 수도인데도, 서울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의 느낌은 아니더라고요. 

Derek 그랬군요. 생각해보면 옆 나라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도 작은 도시죠. 둘 다 인구 100만 내외의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벨기에 하면 보통 초콜릿과 와플을 떠올리잖아요. 현지에서 맛볼 기회가 있었어요? 

Rosa 이번에 방문한 브뤼셀의 카페들에서는 특별히 초콜릿을 음료 메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는데요. 어느 쇼핑 거리에 가서 초콜릿 가게가 가득한 것을 보고 비로소 초콜릿 나라에 왔음을 실감했어요. 한 번은 브런치 카페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올린 와플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더라고요. 

Derek 저는 벨기에 초콜릿하면 고디바가 떠오르는데, 현지에도 고디바 매장이 여럿 보이던가요?

Rosa 제가 다닌 동선에서는 보지 못한 것 같아요. 

Derek 지금 검색해보니 브뤼셀에 고디바 매장이 2개래요. 서울에는 30여 개가 있다는데 의아한 수치군요. 서울이 훨씬 큰 시장인 것을 생각하면 말이 되는 것 같긴 하지만요.


월드 오브 커피 유럽
Derek 초콜릿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네요(웃음). 독자분들이 기다리실 테니 어서 박람회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에 다녀온 월드 오브 커피(World of Coffee)가 어떤 박람회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Rosa 월드 오브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커피 박람회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가 주최하죠. 월드 오브 커피는 오랫동안 유럽에서만 열렸는데, 최근 들어 중동과 아시아에서도 열리기 시작했어요.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의 시작은 2024년 부산이었고요. 

Derek 그러니까 월드 오브 커피라는 커피 박람회가 있는데, 그것이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각각 열린다는 거군요. 월드 오브 커피 유럽을 방문한 건 로사도 올해가 처음이었죠? 

Rosa 네, 미국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와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유럽은 처음이었어요. 전 세계 커피 생산자들, 특히 아프리카 생산자들과 유럽의 커피 회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다녀오게 되었어요. 

Derek 혹시 이번 월드 오브 커피 박람회장 내부도 더웠어요? 유럽이라 왠지 냉방 설비가 잘 안 갖춰져 있을 것 같은데…

2026 월드 오브 커피 유럽 박람회장 (브뤼셀)

Rosa 더웠어요(웃음). 홀 중앙에 에어컨이 하나 있긴 했는데 따뜻한 바람이 나오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방문객들이 따뜻한 커피 마시는 것을 망설일 정도였죠. 그래서 저희 부스에서는 맥주용으로 사 온 얼음으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제공했어요. 

Derek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여름에 열리는 커피 박람회에 아이스커피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놀랍군요(웃음).

월드 오브 커피 유럽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어땠어요? 그동안 로사가 방문했던 미국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나 서울카페쇼 같은 행사와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는지 궁금해요.

Rosa 사업 논의를 위한 B2B 네트워킹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점에서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엑스포와 유사했어요. 유럽이 미국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이긴 했지만요. 반면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나 서울카페쇼는 상대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커피 페스티벌에 가까운 것 같아요. 

Derek 로사처럼 오랫동안 함께한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또 새로운 파트너를 탐색하는 목적이라면 미국과 유럽 박람회가 잘 맞겠군요. 혹시 이번 박람회에 인상적인 부스가 있었어요?

Rosa 사실 만나서 대화 나눌 사람들이 많아서 모든 부스를 자세히 들여다보진 못했어요. 그래도 가기 전에 아프리카 커피 생산자들의 부스는 꼭 들러야겠다 생각하고 갔었는데요. 아쉽게도 비자 문제로 못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올해 Bb가 소개할 에티오피아 커피의 생산자들도 오시기로 했었거든요. 그분들께 저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또 그분들의 이야기를 고객들께 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요. 

Derek 저런, 유럽에서 열리는 박람회라서 에티오피아나 케냐 같은 아프리카의 생산자들이 오시기 편할 줄 알았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Rosa 인상적인 게 있었는지 물어보셨으니 이야기하자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아침부터 다들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고 마셨는데, 오후 4시쯤 되니 참가업체들이 하나둘 맥주를 꺼내 마시면서 느긋하게 하루 행사를 마무리하더라고요. 다른 박람회에서는 잘 보지 못한, 월드 오브 커피 유럽의 문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Bb의 오랜 파트너 트라보카팀과 함께

Derek 저는 맥주 이야기를 듣고 과연 크래프트 맥주의 나라 벨기에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이 무더워서 맥주 맛이 각별했을 것 같아요. 맥주는 시원했나요?

Rosa 가져간 얼음이 있어서 다행히…(웃음)


트라보카 부스에 오른 빈브라더스
Derek 이번 월드 오브 커피 방문의 주목적은 생산자들과의 네트워킹이었지만, 로사에게 또 다른 미션이 있었죠? 우리를 게스트 로스터리로 초대해준 트라보카(Trabocca)의 부스에서 바 테이크오버(bar takeover)*를 했잖아요. 이건 어쩌다가 진행하게 되었어요?
(*다른 이의 공간을 맡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인데 바텐더의 세계에서 자주 쓰입니다.)

Rosa 트라보카는 네덜란드의 생두 회사이고, Bb와 오래 협력해온 파트너예요. 예전에 저희 커피하우스에 트라보카팀을 초대한 적도 있는데, 이번에는 제가 트라보카의 암스테르담 본사를 방문해서 다양한 팀원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바 테이크오버는 유럽 커피 업계분들과 애호가분들께 Bb를 소개하기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하게 되었고요.

Derek 기억에 남는 방문객들이 있어요? 

Rosa 불가리아에서 오셨던 분이 생각나요. ‘케냐 키이’를 내려드렸는데, 국제 배송을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불가리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이 케냐 커피를 판매하고 싶으시다면서요. 아쉽게도 아직 Bb가 국제 배송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저희 도매 고객이 되셨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더 기억에 남아요. 

프랑스에 살고 계시는 듯했던 한국인 바리스타분도 생각이 나네요. 페루 엘 세로를 한 잔 내려드렸는데요. 커피를 드시면서 서울의 그 빈브라더스가 맞는지 재차 물어보시더라고요. 합정점을 방문하신 적도 있다고 하셔서 더 반가운 마음이었지요.

트라보카 부스에 오른 빈브라더스

Derek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네요. 머나먼 벨기에 브뤼셀에 Bb 커피를 마시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Rosa 네, 우리 브랜드를 국제 무대에 소개하기 위한 좋은 자리라고 느꼈어요. 여건이 맞는다면 다음에 또 부스로 나가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커피 대회
Derek 국제 커피 박람회에서는 세계 규모의 커피 대회가 열리죠. 이번 월드 오브 커피 유럽에도 여러 커피 대회의 결선이 열렸잖아요. 월드 브루어스컵에서는 모모스 커피의 박준성 바리스타가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고요. 로사가 대회를 챙겨볼 여유는 없었을 것 같지만(웃음).

Rosa 네, 선수들의 시연을 자세히 보진 못했어요. 그래도 한국팀이 파이널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둬 인상적이었고, 말레이시아팀이 우승을 해서 놀랐어요.

참, 예전에 빈브라더스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일했던 탐(Tam)이 월드 브루어스컵 심사위원으로 나왔는데, 같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선수가 파이널에 오르는 바람에 심사를 못하고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오랜만에 만나 담소를 나눴어요.

Derek 오, 탐을 만났군요. 빈브라더스도 어느덧 론칭한 지 꽤 되어서 예전에 몸담았던 분들이 커피 업계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요. 늘 반갑고 신기해요.

Rosa 이런 우연한 만남이 박람회의 순기능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Derek 그러게요. 실제로 가기 전에는 일어날지 알기 어려운 종류의 일이고요.


월드 오브 커피에 뿌린 씨앗
Derek 사실 이런 국제 박람회를 방문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핵심인데요. 월드 오브 커피에서 일어난 일들을 구체적으로 담기엔 배경 설명이 많이 필요할 것 같으니, 이번 방문이 어떤 의미였는지 정도만 짚어볼까요?

Rosa 현재 Bb 생두 소싱의 주요 과제는 좋은 품질의 이어라운드 블렌드 재료를 구매하는 것, 그리고 매력적인 싱글 오리진과 디카페인을 찾는 것인데요. 이번 월드 오브 커피 유럽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유럽, 중남미 파트너들과 앞으로의 협력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또 잠재적인 파트너들에게 Bb를 처음으로 소개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의 만남이 곧바로 어떤 성과로 전환되는 일은 흔하지 않아요. 첫 대화가 실제 비즈니스로 발전하기까지는 많은 커핑과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어야 하니까요. 이번 만남에서 파트너들과 나눈 대화들이 앞으로 Bb가 보여주고자 하는 커피의 다양성과 품질 수준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해요.


내년을 기약하며
Derek 월드 오브 커피 유럽은 내년에도 가야겠다는 생각인가요?

Rosa 네,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고, 우리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소개하기 좋은 무대라는 생각이에요. 내년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데, 그 도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해보고 있어요.

Derek 부디 내년 여름 리스본은 올해 브뤼셀처럼 무덥지 않기를 기원할게요(웃음).

Rosa 그러길 바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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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로사의 월드 오브 커피 방문기를 통해 커피 박람회라는 그린빈 바이어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을지 모르겠어요. 커피 업계에서는 어떤 생두를 구매하는지가 상품 기획의 대부분을 결정하는데요. 그래서 그린빈 바이어가 하는 일은 커피 회사에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지요.

앞으로도 로사와 함께 그린빈 바이어의 세계를 종종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업계 동료분들께는 커피 산업을 이해하는 데, 커피 애호가분들께는 카페나 집에서 드시는 커피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아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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